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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가 우리에게 준 선물

김민의 '예술 읽어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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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예술평론가)
기사입력 2017-02-02

올겨울은 사실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겨울바람은 몸을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난해 여름에 유럽 여행을 갔던 생각이 납니다. 영국에서 시작했던 여행의 마지막 나라는 프랑스 파리였습니다.

 

마지막 여행인지라 체력도 이미 바닥났고 같이 다녔던 일행들은 이제 유럽 음식이 지겨워져서 한식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에펠탑의 야경을 보러 다니며 오르세 미술관을 가는 등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니스에서 테러도 일어났었고-그중 프랑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지베르니(Giverny)입니다.


지베르니는 파리에서 서쪽으로 70km 떨어져 있는 장소로 누구나 좋아하는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작품 중 '수련'의 배경이 된 장소입니다.

 

사실 필자는 여느 미대생들처럼 ‘너무 예쁜 그림' 모네의 작품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예쁜 풍경그림을 그리면 속된 말로 ‘달력그림’이라면서 말하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모네의 작품은 사실, 미술 역사의 흐름을 크게 바꿀 정도로 엄청난 연구와 실험으로 탄생됐습니다.


1873년에 전통 있는 파리의 미술전인 살롱(The Salon)에서 모네를 포함한 화가 집단의 그림들이 대거 낙선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반발해 살롱 전에서 낙선한 화가들이 다음 해인 1874년에 낙선전을 열었습니다. 여기에 모네는 '인상: 해돋이'(Impression, Sunrise)를 출품했습니다.

 

이 전시를 본 비평가 루이 르로이(Louis Leroy)가 신문 기사에 '인상주의자들의 전시회(The Exhibition of the Impressionists)'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쓰면서 이들 작품을 조롱했습니다. 인상주의는 쉽게 말해 인상깊었던 한 순간의 장면을 화폭에 옮기는 표현기법을 말합니다.

 

인상주의 화가는 현실적인 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가 받은 인상깊은 그 순간을 재창조하기 위해 작업을 합니다. 따라서 모네가 살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당시에 신고전주의 작품들이 추구하던 화풍인 정확한 묘사와 완벽한 구도와는 정반대의 그림을 인상주의자들이 그렸기 때문에 비평가들이 느끼기에 모네의 그림은 ‘미완성적인’, ‘스케치 같은’ 그림이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당시의 미술계가 생각하는 인상주의였습니다. 하지만 인상주의자였던 모네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더 연구를 했습니다. 그는 역사적인 주제 대신 살아 있는 주제에 살아 있는 장면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주제는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인상주의자들은 대중의 호감을 얻게 됐고 그들 자신이 인상주의자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 클로드 모네의 '수련'     © 뉴스다임

 

모네의 작품 '수련'을 보고 있으면 그가 오직 자연의 ‘빛’을 찾아 헤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모네는 순간 바뀌는 빛을 화폭에 담기 위해서 끊임없이 화폭을 메워 나갔습니다. 그에게는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빛의 변화를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더 중요한 숙제였습니다.

 

모네 이전에 화가들은 그들의 개인작업실 안에서 그림을 그렸다면 상식적인 형태나 색채를 거부하며 자연의 물체의 빛을 보고자 했던 모네는 '그림은 현장에서 완성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모든 것은 전통적인 작업에 변화를 주었으며 안이한 제작방법을 거부했습니다.


위대한 작품은 위대한 시도로부터 나옵니다. 그리고 기존의 관습과 방법을 바꾸는데서 시작됩니다. 모네는 우리에게 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고의 가능성을 선물해 준 것입니다.

 

그림을 고정된 관념으로 보는 것이 아닌 빛의 흐름을 읽어 나가는 것, 이것을 생각하며 그의 작품을 감상한다면 아마도 아름다운 그림 이면에 그의 치밀한 관찰과 노력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수련'의 배경이 된 장소, 지베르니.  사진출처: 지베르니 공식 홈페이지      © 뉴스다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네의 작품보다 아름다운 것은 지베르니 그 자체입니다. 추운 겨울이 되니 만개했던 그곳의 꽃과 자연 그 자체가 그립습니다.

 

만약 파리에 여행을 갈 것이고 지베르니에 들를 예정이라면 개인적으로 주는 팁인데 지베르니에 들리기 전에 꼭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 가서 1927년 개관한 이래 약 50년간 상설 전시되고 있는 '수련'을 먼저 감상하고 지베르니에 가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더 느끼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여담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파리에 갔다고 해서 무조건 루브르 미술관에 들를 필요는 없습니다. 필자가 프랑스에서 만난 무수히 많은 대학생들이 루브르 미술관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질려서 미술관을 가기 싫다고 말했습니다.

 

미술 전공자나 대단한 흥미가 있어서 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본래 궁전이었던 건물을 그대로 미술관으로 만든 세계 최대의 규모에 질릴 수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현대적으로 지은 역사(驛舍)였으나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오르세 미술관을 가보라고 추천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살아서 숨 쉬는 역사와 문화 그 자체를 즐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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