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엄마, 학교가 무서워요"

- 작게+ 크게

홍빛나 (건강한 귀 연구소장)
기사입력 2017-03-14

최근 10살 된 남자아이가 상담을 받고자 필자를 찾아왔다.

 

엄마의 얘기를 들으니 최근 아이가 오른쪽 귀가 잘 안 들린다며 왼쪽 귀로는 잘하는 전화 통화를 오른쪽 귀로는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진료시에도 편측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엄마는 깊은 한숨과 함께 그동안 아이를 키우며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유난히 말이 늦었다고 한다. 그래서 언어치료도 꽤 오랫동안 받았고 현재는 대화에는 큰 문제가 없는 듯보였으나 발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유소아 시절에는 언어적인 부분 외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진짜 문제는 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였다. 초등학교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아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너무 산만하고 선생님의 지시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 등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가 의심된다고 했다.

 

엄마는 바로 소아정신과를 찾았고 실제 아이는 경계성 ADHD 진단과 함께 약물을 처방 받았다. 아이는 학교 가기를 싫어했다. 매일 아침 엄마와 전쟁을 치르듯 학교를 보냈다. 아이는 "학교가 무섭다"며 아침마다 엄마에게 매달렸고 엄마는 가슴으로 울며 학교를 보냈다.

 

그렇게 2년을 지내고 오른쪽 귀의 난청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엄마의 질문은 간단했다. “언어가 늦고 아이가 ADHD가 있는 것이 오른쪽 귀가 안 들려서인가요?” 엄마의 애끓는 심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아이를 살펴본 필자는 “아이의 편측성 난청이 언어발달이나 학습태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편측성 난청 아동에 비해 아이의 발음이 좋지 않고, ADHD를 진단 받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라는 답변과 함께 여러 가지 평가와 재활을 시작했다. 

 

편측성 난청이 있는 경우 대부분 뒤에서 말하는 소리를 잘 못 알아 듣고, 주변에 소음이 있으면 대화가 어렵다. 소리에 대한 방향 분별에 어려움이 있으며 잘 들리지 않는 귀 방향에서 하는 대화는 잘 듣지 못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이러한 불편은 당연히 학교생활이나 학습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행스럽게 아이의 오른쪽 귀는 보청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중도난청이었으며, 단어를 분별할 능력도 50%로 평가돼 바로 보청기 착용을 시작했다. 

 

보청기를 착용하고 3일 후 재활을 위해 엄마와 아이를 다시 만났다. 엄마는 밝은 표정으로 그동안의 일을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오른쪽 귀로 전화 통화가 된다는 것이다.

 

또 아이가 보청기로 듣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잘 들린다며 보청기를 귀찮아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이가 학교 가는 게 더 이상 무섭지 않대요. 아침마다 전쟁을 치렀는데 이제는 즐겁게 학교를 가네요. 이 모든 변화가 기적 같아요.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아이의 변화는 실제 기적 같은 일이다. 얼마 동안 오른쪽 귀가 난청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기에 보청기의 효과 또한 어느 정도 재활 기간을 지나야만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

 

착용하자마자 전화 통화가 된다는 것은 필자의 20년간의 경험으로 봤을 때 기적 같은 일이다. 보청기라는 것은 기계여서 어쩔 수 없는 어색함과 불편함이 당연한 것인데 아이는 그러한 불편보다도 잘 들린다는 효과를 바로 느끼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아이의 상태를 봤을 때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아이의 난청이 비교적 오랜 기간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청기의 효과도 바로 느끼고 말 소리에 대한 기억이 살아있기에 보청기 착용 후 전화 통화도 쉽게 이루어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아이의 난청이 학교생활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주었다는 것이다. 선생님의 지시사항을 못 알아 듣고, 수업시간에도 주변소음 여부나 선생님의 위치에 따라 자꾸 끊어지듯 이어지는 수업 내용이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또래 친구들과의 교류에도 문제가 있었을 테니 아이는 학교가 무서운 곳으로 생각됐을 수도 있다. 

 

3월은 입학식이 있고 새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필자 역시도 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켜 놓고 매일 걱정과 궁금증으로 3월을 보내고 있다.

 

아이가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생활을 힘들어 한다면 다양한 면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유소아 및 청소년들의 난청 증가 추이를 볼 때 귀 건강 역시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Copyright ⓒ 뉴스다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