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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건너편 '세상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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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기자
기사입력 2017-03-24

한 나라의 왕비로 선택되어 국모의 자리에 오른 여인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드러난 그녀의 인품이나 행적으로 봤을 때 그녀는 그 자리에 절대 올라선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녀가 왕비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출신배경과 겉으로 드러난 풍모같은 외적인 요소가 선택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쳐 불행하게도 일국의 왕비라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에 걸맞은 내적 요소 즉, 고귀한 인품이나 도덕성 따위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잠시동안 권력을 얻고 향유하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그 권력을 통해 공공을 위한 선정을 베푸는 대신 사적인 시기심과 허영을 해소하는데 사용한 탓에 그 말로가 비참했다. 그것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그녀 자신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였다.

 

이 이야기는 다름아닌, 그림형제의 백설공주에 나오는 계모 왕비 이야기다. 뜬금없이 웬 왕비얘기냐 하면, 그 옛날 전설처럼 내려온 이야기의 교훈이 21세기인 현재 대한민국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비는 화려한 출신 배경과 카리스마 있는 외모를 무기삼아 '어련히 알아서 잘하시겠지'하는 주변 사람들의 안이하고 허술한 경계심을 뒤로하고 막후에서 사악하기 그지없는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비위를 거스르는 존재는 가차 없이 제거대상으로 삼았다.

 

공주인 백설이 제거 대상에 오른 것은 객관적인 징벌사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단지 왕비 자신보다 '아름답다'는 이유에서였다. 백설이 가진 아름다움은 잘못이라 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왕비의 논리에서만큼은 그것은 세상에서 없어져야할 이 되었다.

 

세상의 아름다움의 가치기준이 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은 안하무인과 독선으로 이어져 타인에 대한 존중의식이나 공감능력 같은 것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음은 당연하다. 이러한 왕비의 성향은 얼마 전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흡사 닮은 꼴이다.

 

두 사람은 독선과 오만으로 스스로를 절대선의 위치에 놓았던 탓에 사고가 자기중심적이고 획일화돼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거나 뜻에 거스르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았고, 설령 수십 가지 불합리성이 있더라도 자기 성향에 모든 것이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변화를 감지하는 상황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또한 다른 공통점도 있었는데 왕비는 아무도 모르게 마법의 거울을 성()으로 들여온 뒤 밀실에 감춰두고 거울과만 대화하고 거울의 말을 근거로 행동을 결정했다. 그 마법거울은 철저히 주인의 성향에 맞춰져 있어 정직하고 바른 소리를 하기보다 주인이 좋아할 말만을 골라 했다.

 

사람의 미()에 있어 말과 행동이 같고 겉과 속이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완전한 것이라 할 수 있음에도 거울은 모순과 위선이 가득한 왕비에게 늘 "왕비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거짓말로 왕비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그리하여 왕비는 자신의 아름다움이 최고이며 그 지위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헛된 망상을 갖게 됐다.

 

박 전대통령 또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비선실세 최순실을 곁에 두고 그와 대화하며 비밀리에 모든 사안을 모의하고 결정했다. 주변에는 직언하는 자가 거의 없고, 무고한 백설공주를 괴롭게 하고 제거하라는 명령만큼이나 비이성적이고 부도덕한 대통령의 지시를 주저없이 따르는 자들과 한술 더 떠 옹호하고 지지하는 부류로 인해 박 전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대단한 착각에 빠지게 됐다

 

무고하게 억울한 상황에 내몰리고,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도대체 자신이 왜 미움의 대상이 되었는지 납득할만한 이유도 알 수 없었던 백설공주의 상황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똑같이 재연되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당하고, 합리적인 보고서를 내고도 대통령의 논리로 나쁜사람이란 평가를 받아 좌천되고 "이 사람 아직도 있어요?" 한 마디에 공직에서 퇴출되고, 바다에 수백 명이 수장되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위로 대신 오해를 받고 관제데모를 통한 배척과 조롱을 당해야만 했던 이들은 대한민국의 억울한 백설공주였던 셈이다.

 

결국, 진실을 은폐하려했던 왕비의 거울농간과 악행은 백설공주의 강인한 생명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인해 진상이 드러나게 됐고, 박 전대통령의 국정농단과 실정 또한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선 많은 사람들의 연대로 탄핵을 당하게 됐다.

 

박 전대통령은 그러나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탄핵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고 또 다른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거울을 그렇게나 오랫동안 들여다보았음에도 진정한 자신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집착을 버리지 못했던 왕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상황에서 박 전대통령은 외출할 일이 없는데도 매일 미용사를 자택에 불러 올림머리를  매만지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여전히 자신이 옳았다고 믿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옛날 이야기 속 권선징악의 교훈이 이 시대에도 유효한 것임이 밝혀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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