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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화가 '고야'가 보여준 예술가의 삶

김민의 '예술 읽어주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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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예술평론가)
기사입력 2017-03-30

19세기 스페인에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영국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명목 아래에 치러진 전쟁으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이지만 그 전부터 내부적으로는 이슬람인들이 지배하고 있었다.이 모든 것은 아마 스페인 사람들에게 엄청난 혼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 시대의 예술가들에게는 선택사항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스페인의 화가들, 그리고 그 이전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궁정화가로 발탁돼야 한다. 궁정화가로 사는 것은 어떤 삶일까. 그것은, 후원자가 원하는 그림만을 그리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것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에게 무척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후원자들이 예술적 안목을 지닌 사람도 있었겠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아서 작가의 스타일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잘나가는 화가들을 원할 뿐이다.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 1746.3.30 ~ 1828.4.16)는 자신이 후원자를 선택할 정도로 잘 나가는 궁정화가였지만 그가 화가로서 살기를 결심한 순간부터 치열하게 성공을 위해 몸부림쳤다.

 

현재 그가 쓴  ‘출세주의자인가, 혁명가인가’라는 책이 나와 있는데 그 제목만 봐도 그가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결국 스페인의 수석 궁정화가가 됐다.
 

당시는 미술사적으로 ‘신고전주의’ 시기였다. 신고전주의는 고대(그리스, 로마)를 부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정확성과 합리주의적인 미학을 추구한다. 당대의 유명한 화가를 살펴보면 프랑스의 자크 루이 다비드나 앙트안 장 그로 등이 있으며 이들은 나폴레옹의 화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전쟁을 미화시키며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만드는 일에 주력했다.


이것은 나폴레옹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정책 중 하나로 지금처럼 누구나 대통령이나 왕의 얼굴을 알 수 있던 시기가 아닌 19세기에 자신을 영웅화 시킨 그림을 각 지역 나라에 걸어 놓았던 것이다.

 

다비드가 그렸던 유명한 그림인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실제로는 나폴레옹이 그림과 달리 늙은 노쇠를 타고 알프스를 올랐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 다비드,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1801     © 뉴스다임

 

고야는 수석 궁정화가였지만 그와 같은 삶을 살지 않았다. 일반적인 화가들이 후원자를 위한 권력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순리였다면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느낀 것을 그렸다. 지금의 우리는 자신이 본 것을 그린다는 것이 왜 대단한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화가들은 전쟁 그림을 그리더라도 나폴레옹을 영웅화 시키며 선과 악의 구별을 명확히 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왜곡된 역사를 사실로 만든다는 것을 나폴레옹은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고야는 달랐다. 그도 성공을 위한 그림을 그렸지만 한편으로 자신이 느꼈던 귀족들과 왕족들의 모순 그리고 인간들의 어리석음, 전쟁이 얼마나 안 좋은 것인가에 대한 주제를 놓고 예술적 열망을 불태웠다.

 

물론, 이러한 그림은 고야가 그림을 그렸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공개하는 순간, 그는 숙청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전시상황에 제작한 '전쟁 참화' 판화 시리즈는 고야의 사후에 자신의 아들을 통해 공개됐다.


특히 당시 나폴레옹의 침략을 그린 '1808년 5월 3일'과 '1808년 5월 2일'은 나폴레옹이 사망한 후 그려졌다.

 

▲ 프란시스코 고야 '1808년 05월 02일' 1814.     © 뉴스다임

 

▲ 프란시스코 고야 '1808년 05월 03일' 1814.     © 뉴스다임



현대의 예술가들도 누구나 사회비판적인 그리고 부조리함을 자신의 예술적 표현으로 나타낸다. 하지만 고야가 살았던 19세기는 사회를 비판할 수도 부조리를 언급할 수도 없었던 시기였다.

 

이런 때에 시대를 비판한 고야는 그 누구보다 천재적인 예술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시대에 고야가 살고 있다면 과연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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