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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기획]'지성이'가 발로 쓴 유럽사진첩<17>

수하물 분실 사고 그리고 라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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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대학생 기자
기사입력 2017-07-28

군 입대를 앞두고 황금 같은 공백의 시간을 얻었다.

이 백지 위를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다 배낭 싸 메고 꿈에 그리던 유럽 대륙으로 떠난다.

하얀 백지 위에 지성이가 담아 내는 유럽의 사진첩을 함께 보자.<편집자주>

 

로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혼자의 시간을 모두 정리하고 부다페스트에서 아버지와 동생을 만난다.

어머니와는 프라하에서, 할슈타트에서 한 번씩 뵙고, 이번에 아버지와 동생을 만났으니 가족들이 시간차를 두고 유럽에서 만난 셈이다.

 

내가 다녀왔던 코스 그대로 아버지와 동생에게 안내한 뒤 부다페스트 야경을 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스위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다.

부다페스트 프란츠 리스트 국제공항 - 베를린 테겔공항 경유 - 취리히 국제공항 일정이다.

 

유럽국가 내의 이동은 별도의 출입국검사를 하지 않는데 이는 쉥겐조약의 영향이다.

항공편을 이용한 이동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제공항의 경우 터미널이나 게이트별로 출국심사와 입국심사를 따로 하기도 한다.

 

1245분 비행기.12시인데 게이트에 다른 비행기가 와 있다.

1215, 앞의 비행기가 출발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1245분 비행기라면 비행기는 12시 이전부터 와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게 일반적이다.

 

1230,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비행기도 게이트에 없고, 줄도 서 있지 않았다. 국제선을 한두 번 타본 게 아닌데, 무언가 감이 좋지 않다.

비행기 타는 게이트가 바뀌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게이트 앞에 항공사 직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바뀐 게이트로 안내해 주는 것이 정상이다.

 

1245분 비행기인데 출발시간이 10분정도 지연돼서 1255분 출발이라고 한다. 황당한 사실은 헝가리 현지 시각으로 1255분 출발인데, 정확히 1255분에 출발 시간을 메일로 안내해 주었다.

황당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1330분이 되도록 비행기가 출발하지 않는다. 테겔에서 갈아타고 취리히로 날아가야 하는데 큰 일이다.

 

앞좌석 승객이 승무원에게 물어본다. 역시 환승해야 하는 승객이다. 승무원은 대답한다. 이 비행기 안에 환승객들이 많으므로 이후 환승편 또한 지연될 것이라고. 그리고 독일 테겔공항 현지 교통량이 많아서 아직 출발 신호가 들어오지 않아 이륙할 수 없다고 한다.

1345분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했다. 1시간 지연이다.

 

테겔공항에 착륙한다.

테겔공항에 착륙하자 다음 비행기를 타기 위해 부랴부랴 뛴다. 이미 비행기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친 표정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창 바깥을 보니 짐을 싣고 있다. 이전 항공편이 늦게 도착했으므로 우리 항공편의 수하물일 것이다.

 

항공기에 싣는 짐들을 보고 있는데, 우리 짐이 없다없다. 정말로 없다.

우리가 타고 있는 동안에 실었을 것이다. 설마 우리 짐을 놓고 가려고.농담삼아 이야기한다.

 

▲ 에어베를린의 게이트 변경 메일 캡쳐, 한국시간으로 17:55분 수신메일이므로, 부다페스트에 12:55분에 발송한 메일이다.     © 뉴스다임

 

취리히에 도착한다수하물을 기다린다.

수하물이 나오지 않는다모든 수하물이 다 나왔는데 우리 수하물은 나오지 않는다.

테겔에서 환승한 다른 승객 일부도 수하물을 찾지 못한다.

여러 번 해외를 다녀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결국 분실물센터로 가서 물어보니 수하물이 오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한다.

취리히에서 수하물 미도착 신고는 다음 순서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참고하면 추후 수하물 분실시 도움이 될 듯하다.

 

1. 체크인시 나눠 주었던 수하물표를 반드시 지참하고 분실물센터 직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직원은 수하물표를 통해 수하물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제일 편하다. 어느 항공편인지, 어디에서 환승했는지, 꼼꼼하게 알려 줘야 한다. 수하물표에는 이름과 바코드, 항공편과 짐에 부착돼 있는 수하물 표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 3사람의 분실 수하물 표, 일부는 정보보호를 위하여 모자이크 함.     © 뉴스다임

 

2. 가방의 형태, 모양, 색상, 재질, 브랜드 명 등을 보고한다.

 

분실물센터 직원이 가방의 크기, 모양, 색상, 재질 등을 물어보기 시작한다.

분실한 가방이 3개이므로 3개 가방의 정보를 알려준다.

색깔의 경우 우리가 대략적으로 알려 주려고 하니 직원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리 모양, 색상, 재질 등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직원은 브랜드 명도 물어보았으나, 시장에서 산 가방 브랜드명을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

재질의 경우 나일론인지 캔버스인지도 물어볼 수 있다. 만약의 때를 대비해 개인 가방의 재질과 색상, 크기 등은 알고 있는 것이 좋다.

 

3. 가방에 별도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는지 이야기한다.

 

분실물센터 직원이 가방에 이름이나 표시가 있는지 물어본다.

다행이 아버지 가방은 이름표가 붙어 있다.

이름표가 붙어 있는 가방은 이름표가 없는 가방에 비해 찾기가 수월하다고 한다.

번거롭더라도 가방에 이름과 주소 정도는 달아두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4. 머무는 숙소와 자택의 주소를 영어로 알려줘야 한다.

 

가방을 찾을 경우 숙소로 보내준다고 한다.

오늘 찾으면 오늘 머무를 숙소로, 내일 찾으면 내일 머무를 숙소로, 그 이후에 늦게 찾으면 집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는 오늘 머무를 숙소와 내일 머무를 숙소가 다르므로 두 숙소의 주소와 머무는 기간, 그리고 집 주소까지 영어로 작성하여 전달한다.

 

5. 세관을 통과하지 못할 물품이 있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분실물센터 직원이 물어본다. 가방 안에 세관을 통과하지 못할만한 물건이 있는지, 신고하지 못했는지 물어본다. 혹시나 해서 아버지 가방안에 있는 술 두병이 문제가 될까 싶어 이야기 하고 세관에 가본다. 세관에서는 없다고 한다.

 

6. 분실보고서, 이 모든 것이 끝나면 분실보고서를 작성해 준다.

 

여기까지 끝나면 따로 방법이 없다. 그저 짐을 찾길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다. 찾을 수도 있고, 못 찾을 수도 있다. 오늘 올 수도, 내일 올 수도,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분실물 센터 직원은 테겔공항 관계자도 아니고, 에어베를린 관계자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책임자는 아니다. 다만, 테겔 공항이나 에어베를린의 담당자와 연락만 할 뿐이다. 직원이 담당자에게 보고를 했을 때 담당자는 세 가지 짐 중 하나, 동생의 짐은 오늘 내로 보내줄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두 개는 모른다고 하니 눈 앞이 깜깜하다.

 

짐을 언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분실물 처리 때문에 시간도 상당히 지체돼 있었다.

아버지, 동생과 함께하는 스위스 여행 첫 시작, 첫 단추가 어그러졌다.

 

오후에 여유있게 라인 폭포를 구경하는 일정인데,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분실물 때문이라도 호텔에 체크인을 해 놓고 가야 한다. 다행이 호텔은 가깝다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라인폭포로 출발한다.

 

다들 한 마음이다.

내 잘못은 아니다. 그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다만 나는 이번 여행의 책임자로서 매우 불편한 입장이다아버지와 동생도 마찬가지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아들, 형의 책임이 아닌 이상, 내가 불편해 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건 방법이 없다.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웃는다.

그래도 다행이다. 여권과 돈은 목에 걸어 속옷 안에 집어 놓고 있었고, 스위스 트래블 패스를 비롯한 귀중품들은 기내에 들고 탔으니 여행에 치명적인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옷하고, 세면 도구 등은 돈이 조금 들더라도 현지에서 해결할 수도 있다.

 

기차를 타고 어느덧 라인 폭포 앞에 도착한다.

기차역에서 내리니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들린다.

라우펜 성 안쪽으로 물소리가 들린다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폭포를 만난다.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라인폭포이다절벽 위로 사람들이 올라간다.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시간이 늦어져 보트 운항이 끝났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취리히로 돌아가는 막차 시간으로 인해 오래 구경할 수도 없다.

이게 다 수하물 분실 때문이다. 속으로는 아쉬움과 분노의 마음이 공존하고 있지만, 라인폭포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보니 수하물은 어느새 내 마음에서도 잊혀져가고 있다.

 

라인폭포가 우리 가족의 수하물을 어느새 저 아래로 흘려보내고 있다.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강한 물줄기로 우리의 마음 속에서 수하물을 저 아래쪽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분실한 수하물로 인해 우리의 남은 여행을 망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 유럽에서 가장 큰 폭포인 라인폭포     © 뉴스다임

 

라인폭포를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너무 아쉽다.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수하물 분실만 아니었더라면. 그랬다면 보트를 타고 폭포를 한바 퀴 구경했을텐데, 절벽 위로 올라 라인폭포의 아름다움을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야, 현실적인 문제가 다시금 떠오른다.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지출까지 생기게 됐다. 저녁을 먹어야 한다.

방법이 없다. 기차역에서 내려 스위스의 할인마켓인 coop을 들린다. 할인마켓을 가야 겨우 우리나라 편의점 가격에 음식물을 살 수 있다.

 

호텔에서 조촐하게 저녁을 먹는다. 가격은 전혀 조촐하지 않지만, 음식을 놓고 보면 조촐하다.

그래도 이건 뭐 방법이 없다순간 청주 수해민들이 생각난다. 한순간에 예상치 못한 강탈이다.

손 쓸 새도 없이 재산손실을 입은 수해민들처럼, 우리 또한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옷가지와 세면도구 등을 놓고, 귀중품만 얼떨결에 챙겨나왔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짐이 와 있기를 기대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한다.

동생 물건은 오늘 온다고 했으니, 그 짐안의 물건을 최대한 활용해 보기로 한다.

 

그렇게 아쉽게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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