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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기획]'지성이'가 발로 쓴 유럽사진첩<23>

마터호른의 민낯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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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대학생기자
기사입력 2017-08-10

군 입대를 앞두고 황금 같은 공백의 시간을 얻었다.

이 백지 위를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다 배낭 싸 메고 꿈에 그리던 유럽 대륙으로 떠난다.

하얀 백지 위에 지성이가 담아 내는 유럽의 사진첩을 함께 보자.<편집자주>

 

그륀제로 이동하는 길에는 자연보호구역 표시들이 있다. 말 그대로 청정 자연이다. 다른 장소들은 각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복잡했는데 이곳 체르마트 트래킹 코스는 관광객들이 적다. 특히나 한국 관광객들은 더 적다. 하긴, 유럽여행은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젊은 사람들 중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트래킹 까지 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한참을 걸어가 그륀제를 만난다. 제일 깨끗하다. 물이 투명하다. 아래가 다 보인다.

피크닉 나온 사람들도 있다. 슈틸리제나 그린지제에 비해 풍경이 아름답거나, 마테호른이 돋보이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이 제일 깨끗하다.

▲ 5호수 중 가장 깨끗한 호수로 기억 남는다.     © 뉴스다임

 

그륀제에서 계속 이동한다. 트래킹 코스가 복잡하긴 하지만 이정표만 잘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다. 꼬불 꼬불 길을 따라 계속 이동한다. 한참을 이동하다보니 무수지제가 나온다.

 

사실 무수지제는 그닥 아름답지 않다. 인공호수 느낌이다.

물도 그렇게 깨끗한 것 같지 않다.

사실 도착해서도 이 호수가 무수지제인 줄 모르고 있다가 지도를 보고야 알았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마지막 호수인 라이제로 이동한다.

 

라이제까지 가는 길은 오르막 길이다.

내가 선두에 서고, 아버지, 동생 순으로 올라가는데 간격이 점차 멀어진다.

한참을 올라가니 커다란 호수가 보인다. 라이제다.

수네가 파라다이스에서 엘리베이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물가에 앉아서 쉬고 있다.

우리 뒤에서 아오다가 그린지제 가는 길에 길을 잃은 모녀도 있었다.

호수 두 개를 놓쳤다고 한다.

▲ 5번째 호수인 라이제     © 뉴스다임

 

라이제에서 쉬었다 가기로 한다. 라이제 호수변의 모래에 드러눕는다.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모였다가 사라졌다가 금방금방 바뀐다.

스위스의 청명한 하늘이다.

비록 마터호른의 민낯을 볼 수는 없지만,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늘을 본다. 이대로 오랫동안 있고 싶다.

맑은 하늘에 구름이 모인다. 그리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산지라 그런지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 하산하기로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안에 사람들이 있다. 응? 일본인 관광객 분들인데 엘리베이터 안에 가만히 있다.

눈치를 보아하니 엘리베이터는 탔는데 위로 올라가는 방법을 몰라 가만히 대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역시 일본 분들이다. 우리 가족은 아무 버튼이나 막 누른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간다. 주변에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감탄이 나온다.

아니, 엘리베이터가 안 올라가면 뭘 누르든 눌러야지 왜 가만히 있는 건지. 이것도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이며 국민 정서 차이가 아닐까 싶다.

 

수네가 파라다이스에서 체르마트까지 내려온다. 여기는 또 비가 오지 않는다.

그리고 마터호른은 아직도 화장을 안 지우고 있다.

 

숙소로 돌아온다. 사진을 정리한다.

각자 짐정리를 하고, 밥을 먹고 개인정비를 한다.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이 많아 정리하고 있는데, 아버지와 동생 두 사람은 벌써 바깥으로 나가있다.

잠시 후에 동생이 들어온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 한다.

형, 10분, 10분 후면 마터호른 보일 것 같아.

응. 보이면 톡 보내. 시큰둥하게 이야기한다.

아까부터 보일 듯 말 듯 하더니 보여주지를 않으니 뭐 어쩌겠는가.

 

쉬고 있는데 톡이 온다. 마터호른이 보인다고 한다.

겉 옷을 챙겨 입고 부랴부랴 바깥으로 나간다.

마터호른이 보인다. 정말로 마터호른의 민낯이 보인다.

화장을 지웠다. 마터호른 사진 포인트로 이동한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다리 위로 올라가 있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다. 이 마터호른을 보기 위하여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기다려 왔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그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잘생겼다. 아름답다.

날이 맑고 구름이 없어도 마터호른의 얼굴 보기가 쉽지가 않구나. 아래는 맑아도 마터호른 꼭대기에는 늘 구름이 가리고 있으니 말이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정신없이 눈에 담는다. 마터호른의 광경을 나의 두 눈에 나의 두 마음에 담는다.

▲ 밤중에야 드러난 마터호른의 얼굴, 이 때 이후로 볼 수 없었다.     © 뉴스다임

 

마터호른은 마터호른이다.

구름이 벗겨지고 한번 마터호른을 보았으면, 마터호른의 생김새는 본 그대로이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눈비가 내려도 전 지구적인 지각변동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마터호른은 그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아무리 구름이 마터호른 봉우리를 가린다고 해서, 그 봉우리가 없어지지 않는다. 구름이 마터호른 봉우리를 가린다고 해서, 그 봉우리 생김새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버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확실하게 문제에 대한 답을 받고, 답을 가지고 마음에 새기고 한국에 돌아갈 것이다.

마터호른에 구름이 끼면, 마터호른의 봉우리가 보이지 않으면 봉우리가 보고 싶을 것이다. 내가 본 봉우리가 그 봉우리가 맞나 싶기도 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럴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럴 때마다 마터호른을 생각하며, 내가 본 그 봉우리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음날 아침 일출시 햇빛이 비치는 황금빛 마터호른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난다.

역시나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마터호른의 일부만 확인 할 수 밖에 없었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로 올라간다. 마터호른을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포인트이다.

마터호른이 구름으로 가려져 있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어젯밤에 잠시나마 보여준 모습에 감사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고르너그라트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걸작이다. 하늘과 구름과 산과 눈이 유화를 그린다.

내 눈에 이 아름다운 광경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할 따름이다.

▲ 고르너그라트에서 본 빙하     © 뉴스다임

바닥은 빙하가 쓸고 내려간 자국이 남아 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가로 주름과, 빙하가 쓸고 내려간 세로주름이 명확히 보인다. 중학교때 배우듯이 빙하가 쓸고 내려가면 피요르드라고 불리우는 이러한 U자형 계곡이 생기는데, 이곳에 물이 차고, 물가 산기슭에 집을 지으면 할슈타트처럼 되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감동을 마음에 새기고 베른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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