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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기획]'박장백'의 남미 표류기<11>

몬타니타, 서핑과 밤의 도시...그러나 서핑 정복도 못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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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백 대학생기자
기사입력 2017-08-28

어쩌다보니 대학교 3학년이 끝났다. 이대로라면 남들 사는 순서대로 살게 될 것 같았다. 휴학을 했다. 조선소에 들어갔다. 조장까지 달았다. 역시 난 뭘해도 잘한다는 성취감을 얻고 성격을 버렸다.

여행자금은 생겼는데 항공권을 못 구했다. 술값과 닭발값으로 재산을 탕진하던 중 여행자들에게 '리마대란'으로 불리는 아에로멕시코 특가 프로모션이 떴다. 홀린 듯이 결제 버튼을 눌렀다. '박장백'의 남미표류기는 이렇게 시작됐다.<편집자주>

 

 

꿈 같던 갈라파고스를 뒤로 하고 에콰도르 본토로 들어왔다.

내가 향한 곳은 몬타니타. 서핑과 밤의 도시!!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렸고 버스는 내 카메라를 실은 채 출발했다.

 

카메라가 든 쇼핑백에는 DSLR 카메라와 언니가 한 번도 안 신고 빌려 준 새 신발, 새로 산 선크림, 갈라파고스에서 산 11달러짜리 초콜릿 네 봉지가 있었다. 남미에서는 내 손을 떠나면 이미 내 것이 아닌 것. 언니는 이 글을 보고 신발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미안. 그래도 카메라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간수해야 할 물건이 줄어서 몸이 가벼워졌다.^-^

 

▲ 몬타니타는 자주 흐렸다.     © 뉴스다임

 

몬타니타에서 서핑을 정복하겠다는 의지로 서핑 강습을 신청했다.

서핑 강사 이름은 Pedro Napa. 2시간 강습에 20달러! 우리나라였으면 상상도 못할 파격적인 가격이지만 남미에선 가능하다!! 한 일주일 동안 계속 서핑만 해도 좋을 것 같았다.

 

▲ 서핑 강습료가 2시간에 20달러!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할 파격적인 가격이지만 남미에선 가능하다!    © 뉴스다임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온다. 곧 그치겠지. 그나마 파도가 낮은 바다로 갔다. 모래사장에서 패들패들 손으로 젓다가 휙 일어서는 연습을 열 번 정도 하고 바다로 나갔다. 비가 더 쏟아지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 바닷물을 맞는 건지 빗물을 맞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 그래도 일어서는 데 성공!

 

파도를 타고 미끄러지는데 절로 오우오!! 하는 괴성이 나왔다. 몇 번 일어서고 물도 엄청 먹었는데 Pedro Napa가 계속 추운 걸 티냈다. 뭐 나도 피곤해서 조금 일찍 숙소로 왔다.

   

▲ 해먹에 누워 보는 야경이 환상적이었다.     © 뉴스다임

 

숙소에 있던 다른 외국인들과 친해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밤에 같이 놀러가지 않겠냐고 했다.

이곳은 서핑의 도시로도 유명하지만 놀러온 서퍼들끼리 밤새 다함께 어울려 노는 디스코텍과 길거리 칵테일 가게도 아주 유명하다. 하지만 여긴 동양인이 나밖에 없는 동네였다.

 

서핑 강사도 페메로 나가서 놀자고 연락이 왔다. 쫄아서 남편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알고 보니 그날은 불토(불타는토요일)라서 그랬던 거였고 결국 나는 그 유명하다는 칵테일 바는 제대로 구경도 못했다.

 

다음 날 일어났더니 날씨가 이렇게 좋을 수가! '이런 날은 로컬 푸드지'하면서 무작정 나가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 노점상에 앉았다.

 

생선과 감자가 가득 들어 있는 고소한 수프였는데 테이블 당 벌이 10마리 정도 배정된 줄 알았다. 반찬인 줄 아나보다. 차라리 파리가 낫지, 벌은 무서워서 제대로 쳐내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했더니 다들 나처럼 벌을 피하려고 폭풍 웨이브를 하며 수프를 먹고 있었다.

    

▲ 5달러에 생선이 배터지게 들어 있던 수프.(좌) 벌과의 사투, 실제로 날아오는 애들까지 하면 더 많았다.(우)            © 뉴스다임

 

날씨가 좋아 해변을 구경했다. 우리나라에 있을 땐 해운대도 나름 백사장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었다. 엄청나게 넓고 긴 해수욕장이었는데, 모두 파도가 높아 서핑하기에 딱이었다.

기분이 좋아져서 서핑을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서핑 강사 Pedro Napa는 남편이 있다고 말한 뒤부터 불친절해졌다. 물론 내 기분탓일 수도 있지만. 같이 바다에 가서 가르쳐준다더니 업체 쪽에서 강사도 보드 빌리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해서 안 된단다. "니 보드는 어딨냐?"니까 며칠 전에 서핑하다 부서졌단다. 근데 왜 나한테 짜증을 내. 갑자기 혼자 타라고 하더니 집으로 가버렸다.

   

▲ 파란 하늘, 예쁜 해변에 너무 잘 어울리는 생과일주스     © 뉴스다임

 

그래도 '어제 배운 대로 해봐야지!'하고 타는데 혼자 센 파도를 거슬러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를 도와주겠다고 어떤 나이 많은 아저씨가 나섰는데 파도가 보드를 확 밀어내면서 입에 부딪혀 아저씨 입에서 피가 났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미안하고 무서웠다. 한 시간 넘게 아등바등했더니 금방 지쳤다.

 

▲ 서핑하러 가는 길     © 뉴스다임

 

집에 가야겠다 싶어 앉아 있는데 Pedro Napa가 왔다. 쉬는 동안 자기가 잠깐 써도 되냐고 해서 알겠다고 했는데 혼자서 아주 먼 바다로 떠났다. 피곤하고 추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참을 기다리다가 너무 힘들어서 먼저 숙소에 들어갔다.

 

씻고 쉬고 있는데 업체에서 연락이 와서 보드에 크랙이 생겨서 30달러를 물어내야 한다고 했다. 강사가 타던 중에 발견했다는데 헛웃음밖에 안 나오고 알고 보니 페드로가 사인만 하면 된다던 계약서에 보드에 하자가 생기면 무조건 내가 다 물어내야 하는 조항이 있었다.

 

물론 내 부주의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며칠 전에 니 보드도 부셔먹었다며^^.

나한테 덮어 씌운. 물론 따지고 싶기도 했지만 그때 당시 다른 일까지 겹쳐서 멘탈이 너무 약해져 있었고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화내기도 싫었다. 원래 며칠 더 머무르기로 했던 곳이었지만 바로 짐을 싸 떠났다.

 

▲ '분노'로 마구 흡입했던 것들.    © 뉴스다임

 

Pedro Napa를 계속 언급한 이유는 이렇게라도 억울했던 마음을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 몬타니타에 대한 기억은 최악이었다. Pedro Napa는 페이스북 친구지만 어차피 이 글을 읽어도 모르니까 이렇게 쓴다.

 

너 임마,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임마 돈이 없으면 없다고 하던가!!!

나도 조선소에서 모은 피 같은 돈인데!!!! 에콰도르 몬타니타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페드로 나빠!!!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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