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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세계를 누비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방학 때면 아이들과 세계여행을 다니는 '프리랜서 영어강사 윤혜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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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기자
기사입력 2018-03-14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하와이에 갔는데 그 나라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음식도 주문하고 물건도 사면서 의사소통이 되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독일에서는 길거리에서 축구하는 그 동네 아이들이 있었는데 같이 어울려서 축구한 게 기억에 남아요. 다음엔 세계 7대 불가사의에 가서 왜 이게 불가사의인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요”  박태용(옥천중 2)

 

“예전엔 굉장히 소극적이었어요. 누구를 만나고 뭔가 시작하려고 하면 늘 걱정부터 앞서고 두려움이 컸는데,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가서 뭐든 스스로 해보고 외국인에게 먼저 다가가 말도 걸어보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박혜원(16)

 

 

도시의 문화혜택을 누리기도 힘든 지방 소도시의 아이들이 세계를 누빈다. 그건 아이들이 스스로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한 뼘 더 성장하도록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여행인솔자 선생님이 있기 때문!! 프리랜서 영어 강사이자 방학이면 가르치던 학생들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는 윤혜경(36) 씨를 만나 아이들과의 특별한 여행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 프리랜서 영어 강사이자 방학이면 제자들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는 윤혜경 씨     © 사진제공 : 윤혜경


 

- 아이들과 세계여행을 다니게 된 계기는?

 

 2012년 대학원에 다닐 때 여행기획자인 친구한테 다소 특별한 여행 제안이 들어왔다. 어른 5명과 초·중등생 6명이 여행을 가는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면서 인솔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과 여행을 가게 됐는데 아이들이 넓은 세계를 보고 체험하면서 생각과 행동이 성장하는 걸 느꼈다. 또 아이들이 해외에 나오니 영어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는 걸 봤다. 그때 당시 나는 지방 소도시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 아이들에게도 이런 넓은 세계를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말로만 주입시키는 게 아니라 가서 직접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때부터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했다. 3년 동안 준비해서 2015년 8월에 아이들과 처음 여행을 떠났다. 그때부터 매년 방학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또 그 주변 친구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고 있다.

 

- 아이들에게 여행이 왜 필요하나?

 

 한국의 아이들은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부모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모가 아이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까지 다 해준다. 그러다보니 부모 아래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다가 여행을 가면 아이들이 직접 하게 된다. 부모 곁을 떠나니 자율적인 환경에서 스스로 하는 능력이 생기더라. 

 

우선 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들과 사전 모임을 갖고 여행일정에 대해 의논한다. 각자 미리 여행지에 대해 알아보고 조사하게끔 독려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성취감도 더 크게 느낀다. 여행지에 도착한 후에는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해 주면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 나는 아이들에게 설명만 해주고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여유를 줬다. 다 알아서 할 수 있는데 부모의 보호 아래 있으니 아이들이 할 필요가 없어 안 해 버릇한 것이다. 부모의 품을 떠나서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주어지면 아이들도 스스로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

 

처음엔 아이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자기 짐 하나도 제대로 못 챙겨서 내가 짐을 다 싸줬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엄마와 떨어져본 적이 없는 아이가 있었다. 5학년 때 처음 부모와 떨어져 여행을 갔는데 밤에 잠을 못 자고 호텔에서 나와 울더라.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 과정 중에 점점 익숙해지고 그 다음 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왔을 때는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그 아이 집이 충북 옥천인데, 대전에서 옥천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통 같으면 어머니에게 대전으로 데리러 오라고 했을 텐데, 집에 전화를 하더니 본인이 알아서 버스 타고 가면 된다고 오지 말라고 했다. 여행을 통해 혼자 할 수 있다는 걸 느낀 거다. 부모도 깜짝 놀라서 나한테 어떻게 아이를 가르쳤냐고 묻더라. 나는 “애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놔둔 것뿐”이라고 대답했다.

 

 

▲ 함께 여행했던 아이들과 함께. 가운데가 윤혜경씨     © 사진제공 : 윤혜경


 

- 여행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2015년 처음 갔던 유럽 여행은 원래 자율여행으로 계획했으나 2014년에 세월호 사건이 나면서 부모와 아이들 모두 불안함이 커 패키지여행으로 바꿨다. 패키지여행은 스스로 다니면서 경험을 쌓는 기회가 적어 아쉬운 면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2016, 2017년에 갔던 하와이도 안전 때문에 그곳을 여행지로 선택했다. 하와이는 범죄율도 굉장히 낮고 치안이 좋다. 이번에 갔던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지금까지 다닌 여행에서 누가 다치는 상황은 다행히 한번도 없었다.

 

- 아무리 안전한 곳이라 하더라도 사건은 일어나지 않나?

 

 하와이 와이키키 거리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한화로 계산하면 8만 원 정도 들어 있는 지갑을 노숙자에게 소매치기 당했다. 그곳은 범죄율이 굉장히 낮고 경찰이 30초 안에 출동할 정도로 치안이 좋은 곳이었는데도 그런 일이 생겼다. 현지 가이드도 소매치기가 거의 없는 곳인데 어떻게 소매치기를 당했냐며 신기해할 정도였다. 소매치기 당한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서 그 노숙자를 쫓아가니까 근처에서 일하던 바텐더가 그걸 보고 같이 쫓아가줬는데 결국은 못 잡았다. 경찰이 왔을 때 그 바텐더가 진술서도 써주고 소매치기 당한 아이에게 자기가 일하면서 받은 팁 30달러까지 주고 갔다. 

 

반면 아이 입장에선 잃어버린 8만 원이 큰돈이기 때문에 많이 속상해 했다. 그 아이에게 “8만 원은 잃어버렸지만 네 몸이 안 다쳤으면 다행인 거다. 여행 마지막 날인데 잃어버린 8만원 때문에 속상해하면 너만 손해이지 않냐. 바텐더 아저씨가 준 돈으로 치면 결국 5만 원 잃어버린 건데 노숙자한테 비싼 밥 한 끼 사줬다고 생각해라.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고 없다가도 있는 거다. 내일 당장 떠나야 하는데 찾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돈을 잃어버린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좋게 좋게 생각하라”며 달래줬다. 아이들은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거기에만 집중하는데 그렇게 설명해줬더니 아이들도 생각을 전환하더라. 그러면서 안 좋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깨우치더라. 그렇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배우는 것들이 정말 컸다. 또 그런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나중엔 더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되더라.

 

 

▲ 2015 유럽 여행 당시 독일 뮌헨시청 앞에서 기념촬영     © 사진제공 : 윤혜경

 

 

- 지금까지 많은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왔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면?

 

 지금은 벌써 군대에 간 친구인데,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다보니 남자 아이들 통제가 어려웠다. 남자 아이들을 통솔할 수 있는 형뻘 되는 지인을 찾던 차에 한 고등학생 제자가 떠올라 연락했다. 여행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남자 아이들을 인솔해 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여행수기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대신 여행 비용 일부를 내가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더니 너무 좋아하며 가겠다고 했다. 사실 그 친구는 나와 여행을 떠나기 2년 전 아버지와 유럽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그러나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여행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 일로 크게 좌절하면서 꿈과 희망을 잃고 말았다. 가방에 베개를 가지고 다니면서 학교에서 베고 잘 정도로 인생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던 친구였다. 

 

그렇게 해서 여행을 떠나게 됐는데 여행 첫날부터 그 친구에게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볼 땐 작고 사소한 실수인데, 그 친구는 너무 큰 문제로 여겼다. 한번은 독일에 있던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데 그 친구가 옷을 호텔에 두고 왔다. 보통 아이들 같으면 그냥 버리고 가자고 했을 텐데 그 아이는 그걸 못 버리는 거다. 알고 봤더니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월급을 털어 사준 옷이었다. 버스를 돌려 호텔로 돌아갔는데 그 일 때문에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겨버렸다. 다행히 함께 간 아이들이 불평하지 않았고 나도 아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친구가 자책을 하기 시작하는데 계속 그 불편한 마음을 못 버렸다. 그 다음 날도 그 친구로 인해 문제들이 계속 생겼는데 한번도 그에 대해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친구를 따르던 아이들이 옆에 와서 “형~ 괜찮아~ 뭐 그런 걸 갖고 그래~”라며 위로해 주더라. 

 

그 여행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날 체코에서 내가 돈 가방을 잃어버린 일이 생겼다. 사실 체코에서 잃어버린 돈 가방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일단 찾아보기는 해야 하니 찾으러 다니는데 돈을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찾으러 다녔다. 그걸 보고 그 친구가 “왜 선생님은 돈을 잃어버렸는데도 그렇게 행복하세요?”라고 묻더라. “찾을지 못 찾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미리 화내거나 슬퍼하면 찾아도 나만 손해 아니냐. 슬퍼해봤자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사실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지만 여행 마지막 날이라 이 순간을 기쁘게 기억하고 싶다”고 말하고 왔던 길을 돌아 전에 들렀던 마트에 갔다. 그랬더니 그곳 직원이 나에게 가방을 잃어버리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 직원이 잃어버린 내 가방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과정을 그 친구가 모두 지켜봤다. 자기는 그와 비슷한 상황에서 자책하고 문제와 상황에 매달려 있었는데 자신과는 달리 내가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왜 그때 자신을 혼내지 않았냐고 묻더라. “그게 널 혼낼 상황이냐. 혼낸다 해도 이미 벌어진 상황은 변하지 않는데...”라고 말했다. 그 친구는 그 여행을 통해 많은 충격을 받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찾고 공부해서 대학도 들어가고 삶을 포기했던 아이의 인생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그 친구 부모님과 동생들도 모두 그 친구가 너무 변해서 깜짝 놀라했다. 그 친구 아버지가 “대체 가서 뭘 어떻게 했길래 애가 이렇게 변해서 왔냐?”고 물었다. 나는 “사소한 문제로 혼내지 않고 큰소리로 혼내지 않고 아이가 혼자 생각하게 기다려줬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아버지가 “작은 실수 하나를 하더라도 많이 혼냈었다”고 고백하더라. 많은 아이들과 여행을 다녔지만 그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올해 2월 다녀온 싱가포르 여행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티셔츠를 입고 올림픽 홍보     © 사진제공 : 윤혜경

 

 

- 아이들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본인에게도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여행은 내게 재정비의 시간이다. 말을 길게 할 때 쉼표가 필요하고 노래를 부르더라도 쉼표가 필요하듯 인생에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을 떠나 일상에서 벗어나면 쉼이 되고 위로가 된다. 여행을 다니면 생각할 시간이 많다. 그럴 때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미래를 구상하기도 한다. 전환하는 시간이고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일단 비행기를 타면 힘이 솟는다. (웃음)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2019년 12월 겨울방학이 되면 지금까지 여행을 같이 다녀온 아이들 위주로 30일 동안 유럽 자유여행을 가려고 계획 중이다. 자동차를 렌트하거나 버스, 기차 등을 이용해서 유럽전체 횡단을 하고 싶다. 

 

함께 여행을 다녀온 아이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여행에서 배운 것들을 잊어버리거나 녹슬지 않게 상기시켜주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야 여행을 통해 배운 것들이 생활이나 학업에 이어질 수 있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적어도 2달에 한 번씩은 만나서 문화행사를 관람한다든지 국내 여행을 가는 등의 계획을 짜고 있다. 다음 주에는 공짜표가 생겨서 같이 음악회에 가기로 했다.

 

 

▲ 2015년 유럽 여행 후 아이들의 여행수기와 사진을 엮어서 만든 기념 다이어리     © 사진제공 : 윤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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